가을 낙엽들이 수북이 쌓인 강릉영동대 교정에도 곧 찬서리가 내리고 겨울이 또 어김없이 오겠지. 땀 뻘뻘 흘리며 강릉영동대에 온 지 불과 3개월도 채 되지 않은 내가 과연 우리 학생들에게, 그리고 교직원들에게 어떤 의미있는 말을 지면에 담아 줄 수 있을지 처음 학보사 원고 요청을 부탁받았을 때, 잠깐 그 대답을 멈칫했다.
우선 교직원 분들에겐 마주할 기회가 많을 것 같아 나중으로 미루고, 우리 학생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지금 취업이 하늘의 별따기라고들 하지만, 딱 20년 전 1998년 졸업생인 우리 세대에겐 듣도보도 못한 IMF 경제위기가 왔다. 우리 선배들까지만 해도 학과사무실에 쌓여있던 대기업 입사지원서 중 어디를 골라갈까 고민하며, 여기저기 면접 수당 받을 목적으로 지원서를 쓰던, 화려한 고도 경제성장 시대의 막을 내리던 순간이었다. 아마 그 당시 처음으로 선진 외국에서 운영되던 인턴이 국내에도 등장했다.
아, 옛날이여! 또 고리타분한 어른들 얘기로 치부할 수도 있다. 어느 시대에나 젊은이들의 고민과 아픔들은 있다. 나의 대학시절엔 요즘은 군대 화생방 훈련 때나 경험할 수 있는 최루탄, 거리의 화염병, 해외유학파 열풍, 공중전화부스의 긴 줄, 토익·토플, 하숙집 룸메이트, IMF 등 이런 단어들이 떠오른다. 세상에는 영원한 것은 없다고 하듯이 그런 단어들은 우리 주변에서 사라져 갔다.
20년이 지난 지금, 시공간이 다른 대학에 와 마주한 모습들은 다른 듯 같은 면들이 있다. 성적, 취업, 성공, 돈, 아르바이트, 이성, 군입대. 여전히 우리 학생들이 고민하는 단어들이다. 이처럼 세월이 흐르고, 기술도 발달해 가며 대학의 겉모습들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지만,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고민들은 상존한다. 어쩌면 이런 고민들은 비단 대학시절만의 고민은 아닐지도 모른다.
이런 고민 속에 빠진 우리 강릉영동대 학생들에게 한 가지. 그건 근면, 부지런함, 그리고 용기를 말해 주고 싶다. 거창하지도 어렵지도 않은 아주 평범한 말로, 누구나 얘기할 수 있다고 웃을 수 있다.
우리 대학은 소위 스카이(SKY)대학이나 서울 명문대와 사회에 나가 성적이나 수학능력 등을 갖고 경쟁하기엔 솔직히 부족한 면이 많다. 물론 아직껏 숨은 재능과 수학능력이 발견되지 않은 학생이 없으리라는 것은 아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학교를 떠나는 학생들을 면담하면서 든 것은 우리 학생들에게 그 세 가지 단어들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싶다. 비단 우리 학생들만이 아닌 지금 학생 세대들이 모두 그렇다고 한 어느 중소기업 사장님의 말이 생생하다. 그래서 차라리 외국인 근로자가 낫다며.
누구나 아는 것처럼 인생은 길다. 대단히 길어졌다. 특히 백세건강시대 아닌가. 근면, 부지런함으로 자신의 일을 하고,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나는 용기만 있다면 아름다운 인생을 살아가지 않을까?
타고난 재능, 부모님의 재력 등은 나의 후천적인 의지에 달려있지 않지만, 적어도 근면, 부지런함과 용기는 나의 의지, 마음먹기에 따라 좌우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작고 평범한 진리다. 그러나 대학에선 강조되지 않는 것 같다. 취업, 성적 등에 밀려 사라져 가는 것 같다.
안타까운 마음에 내년 2019년 강릉영동대 졸업식에 재학 기간 중 한 시간도 빠지지 않은 학생이 있다면, 찾아 크게 표창해 보고픈 생각을 해 본다.
이제부터라도 세 가지 인성의 바탕 위에 전문성을 겸한 젊은 인재들로 무럭무럭 성장해 주길 바라며, 이 깊은 밤, 짧은 단상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