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생명을 위하여

며칠 전 학교 매점을 지나가던 중 친구가 장기기증 희망 등록을 했다는 말을 들었다. 나는 장기기증에 대해 생각했다. 내가 뇌사상태에 빠진다면 내 장기를 필요한 사람에게 줄 수 있을까? 난 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도중 다른 친구의 의견이 궁금했다. “너는 만일 네가 불의의 사고로 인해 뇌사 상태가 된다면 장기기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니?”라고 물었다. 나와는 달리 친구는“뇌사진단이 제대로 내려졌는지도 모르고, 죽었을 때 장기를 모두 기증하고 내 몸에 남아있는 것이 없다면 무서울 것 같다”라는 대답을 했다. 처음엔 나도 장기이식에 대해 아무런 지식이 없어 친구와 같은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장기이식에 대해 정보를 갖게 되면서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은 몸에 있는 장기가 없어진다는 것에 대한 무서운 마음에 장기기증 서약서에 서명은 주저하게 된다. 그래서 장기이식과 기증에 대해 관심을 가져보게 되었다.
우리나라 장기기증자 현실을 살펴보니 장기이식 대기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적은 수라는 사실을 알았다. 장기기증자가 적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공감했던 이유 중 하나인 제대로 된 정보를 접하지 못한 이유가 컸다. 나는 장기기증서에 서약을 하면 무조건 장기기증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뇌사상태로 잘못 진단되었을 때 살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데도 장기기증을 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으로 서약을 꺼리는 마음을 갖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장기이식에 대해 알아가면서 나와 같은 생각으로 장기이식을 꺼리는 사람이 많고 또한 이러한 생각이 잘못된 정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장기기증에 대한 서약을 했더라도 기증 가능한 상황이 발생 했을 때 보호자의 동의가 없으면 기증할 수 없고, 생전에 언제든 취소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장기기증자가 부족하여 우리나라의 경우도 외국에서 수입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범죄 중의 하나가‘불법 장기매매’이다. 장기가 부족하여 비싼 값에 팔리는 것을 목적으로 사람들을 납치해 장기를 적출하여 장기를 팔고 시신을 버리는 경우도 있고, 급하게 돈이 필요하여 자신의 장기를 스스로 파는 잘못된 선택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것은 엄연한 불법행위이다. 그렇다면 이런 불법 장기매매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장기기증자가 증가하면 음성적 장기 구매자 또는 범죄적 장기적출 사고는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장기기증의 정확한 정보와 의미를 알았으면 좋겠다. 장기기증은 받는 자에게는 새로운 생명을 얻는 기쁨을 주고, 주는 자에게는 또 하나의 생명에 불을 밝히는 기쁨을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행복한 나눔이라 생각한다.
자신의 신체 일부를 떼어주는 것은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더라도 쉽지 않은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기증 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자신의 마음에서 우러난 자발적 나눔이 아닌가 싶다. 오늘! 두려움 속에 가려진 또 하나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장기기증에 대해 모두가 따뜻한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지 생각해 본다.